2024년 올해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과 역대 최장 열대야 일수를 기록하며 기후 위기의 극단적인 변화를 체감했다.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이상기후에 기상청은 사계절 기간을 다시 설정한다는 얘기까지 꺼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기후변화에 대응하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고 외치지만 정작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세계적인 차원에서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협약과 논의가 이루어진 지 30년이 지났지만 무엇을 이루었는지 그 결과는 미미하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말하면서 종이 빨대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는 모순처럼 의도만 내세우고 실천해야 하는 일을 지키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만 손해 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산업혁명 이후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선진국들이 그동안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개발도상국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이제 와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고 하면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이를 수용하기 곤란한 것이 사실이며 이는 국제적 갈등으로 이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고 미국 우선주의라는 명분으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했지만, 47대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을 다시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기후 위기 문제를 깨닫고 변화를 주도하는 움직임이 보이지만 왜 변화해야 되는지 그 이유가 와닿지 않고 동기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이루어 낼 수 없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자는 목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지만 얼마나 심각한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아주 극단적인 기후변화가 지금보다 더 심화되고, 평균기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인류 멸종의 위험까지 다다랐을 때 깨닫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는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필요하고, 지금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기후변화는 왜 일어나고 앞으로 우리 삶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깨닫는 과정이 필요하다.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지구가 탄생한 이후 인류 문명과 지금까지 기후와 날씨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본질과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제목에서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 환경을 의미하는 ‘파란 하늘’과 기후변화로 인해 위기에 처한 ‘빨간 지구’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활동이 초래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기후변화의 과학적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기 쉬우면서 정확한 수치와 도표를 시각적으로 제시하여 설명한 점이다. 과학적 배경이 부족한 독자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단순히 지식만 습득하는 것이 아닌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것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조천호 작가는 ‘소빙하기 그린란드에서 이누이트의 생존과 바이킹의 소멸’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가 더 이상 지금까지 쌓였던 데이터에 의존하지 못하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을 지구의 급소에 충격을 가하여 위험에 빠지게 하는 행위로 비유하여 심각성을 강조했다. “기후변화 지식은 축적될수록 위기의 순간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깊이 있는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라는 작가의 의견에 동감하며, 화석연료 사용으로 윤택한 삶을 누려왔던 인류가 지구를 다시 파란색으로 색칠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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